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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 고전이자 명작, 이병률 끌림

by 루나디아 2023. 3. 24.

여행책, 여행에세이 이병률 작가 끌림
여행책 추천, 이병률 작가 끌림

 

끌림을 몇 권이나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한 동안 거의 모든 선물을 끌림으로 했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도, 애정을 표현하는 자리에도, 그냥 별일 없는 자리에도 끌림을 데리고 나가 상대에게 마음을 선물했다. 

그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은 어딘가를 떠나서 느끼게 되는 설렘이었던 것 같기도하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났기에 더 크게 느껴지는 일상의 따뜻함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여행 에세이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지만, 시간이 조금 필요했을 뿐 사람들은 명작을 알아보았고 꽤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2023년 누구나 쉽게 여행을 할 수 있고, 여행작가가 되는 시대. 서점 한켠을 가득 채우고 매달 새로운 여행에세이가 출간되는 요즘, 끌림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고전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끌림
사람과 사랑과 삶의 이야기가 담긴 이병률 산문집『끌림』. 시인이자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구성작가였던 이병률이 1994년부터 2005년 초까지 50여 개국, 200여 도시를 돌며 남긴 순간순간의 기록이다. 여행자의 가슴에 남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을 보여준다. 뚜렷한 목적이나 계산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길 위에 머물면서 저자는 스물아홉에서 서른아홉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미국, 모로코, 페루, 인도, 네팔 등을 여행하며 눈에 담은 풍경들을 감성적인 글과 사진으로 풀어냈다.
저자
이병률
출판
출판일
2010.07.01

 

책 소개

끌림은 랜덤하우스중앙에서 초판 1쇄를 2005년 7월 1일 발행했다. 집에 있는 건 11쇄로 2006년 5월 1일 자 발행된 책이다. 2006년도에 책으로 만들어진 이 종이 묶음과 함께 산 것도 벌써 15년이 넘었단 거다. 대학생 때 만나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으니 초등학생 때 만난 절친을 빼면 다른 친구들보다 더 오래된 사이다.

2010년부터는 문학동네 임프린트사이자 이 책을 쓴 이병률 작가가 대표인 달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있다. 개정판이 나왔을 때 표지가 바뀐 것은 물론 노트와 사진들이 추가되었다.

이 책은 이병률 시인의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여행의 기록을 묶은 것으로 정처없이 떠난 50여 개국에서의 생각의 조각들이 작가의 세포 하나하나로 들어앉아 있다.

알라딘 기준 세계일주여행 주간 9위고, 종합 top100에 16주간 위치하며 여전히 여행 에세이 계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다. 

 

작가 소개

끌림을 통해 처음 알게 되면서 이병률 작가라고 부르게 되었지만, 시작은 시인이었다.

시인도 작가긴 하니까 굳이 나눌 필요는 없지만, 시인이 시작이었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시인의 감성이었기 때문에 여행을 기록한 산문집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을 거라는 일리 있는 추측을 덧붙이고 싶기 때문이다. 

많은 여행기가 어떤 장소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을 풀어놓는다. 유명한 장소를 놓치지 않기에 책 몇권만 읽으면 마치 나도 그 나라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시인의 감성의 깊이란 이런걸까? 이병률 작가의 책을 읽으면 비단 어디로 떠나는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떠나야 할 시기에 마침 그곳에 놓여있을 뿐이랄까? 끌림 이후 여행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출간했고,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를 썼다. 

시도 많이 있는데 애석하게도 시집은 아직 많이 읽지 못했다. 끌림 리뷰를 쓴 김에 작가의 시집도 오랜만에 펼쳐봐야겠다. 

 

추천 이유

이 책에서 한 챕터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009 탱고를 고른다.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여인의 향기 포스터에 쓰여 있었다는 이 문구가 한 동안 삶의 모토였다. 

대학생이던 때, 어째서 세상 모든 것이 힘들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늦게 입학해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았고, 그래서인지 늘 동기들보다 뭔가 하나는 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있었나 보다. 요즘 들어 생각하니 ISFP 성향이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에 소위 스텝이 엉키고 예상한 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무계획적인 삶이라서 그리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알 수 없는 미래가 불안했고,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리 로맨틱하지 않았으며 성장하지도 않았으나 어리지도 않은 나이에 스스로 스텝을 꼬고 있었달까. 

그런데, 그래도 된다는 말이 꽤 힘이 되었다. 학교를 그만 둔 것도 다시 대학 진학을 하는 것도 모두 내가 원해서 했던 일로 누구보다 자주적인 삶을 살지만, 이미 동기들보다 늦은 출발이 내 인생을 마이너의 공간으로 데려가는 건 아닐까 불안하던 차에, 그러면 그것대로 멋지게 살면 된다는 것을 작가의 많은 여행의 나날에서 위로받았다.

엉킨 스텝도 자신만의 루틴으로 힘으로 밟아나가면 춤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삶의 희망 같았달까.

요즘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타성에 젖어 변화가 없는 삶은 나를 갈아먹는 것 같다. 대체 인생이란 언제까지 배워야 하냐,라는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죽기 직전까지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만족하는 성격이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첫 발은 늘 두렵다. 아니, 나이가 드니 더 두렵다. 혼자서 한 달간 여행을 가면서도 큰 두려움 없던 몇 년 전에 비해 경주에 혼자 가려니 준비해야 할 게 산더미인 것만 같다. 타성이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홀연히 여행을 떠난 이병률 작가의 책을 읽을 때다. 

도전 앞에서 두려울 때, 새로운 것이 필요할 때, 익숙한 것을 더 사랑하고 싶을 때 인생에 '끌림'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