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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할 때, 침대에서 읽기 좋은 에세이 <밤의 끝을 알리는>

by 루나디아 2023. 2. 24.

 

 
밤의 끝을 알리는
어두운 시간을 지나는 당신에게 밤의 끝을 알리는 첫 노래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줄 건가요〉, 〈부디〉, 〈아라리〉 등 매력적인 중저음, 특유의 창법, 숨소리마저 노래가 되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심규선의 첫 번째 에세이 《밤의 끝을 알리는》이 출간되었다. 십여 년간 그녀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가닿을 수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쓰고 불렀기’ 때문이다. 심규선은 일상에서 느낀 사소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감정들을 블로그,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여러 채널에 공유했고, 그 감정들은 고스란히 노래가 되어 외롭고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만져주었다. 이 책은 그 순간들의 기록이며, 어두운 시간을 잘 견디어준 이들에게 이제 그 시간은 지나가고 녹음 짙푸른 아침이 왔다고 속삭이는, 다시 말해 ‘밤의 끝을 알리는’ 첫 노래이다.
저자
심규선
출판
큐리어스(Qrious)
출판일
2022.05.27

 

중학교 국어 시간, 팀을 짜서 시를 선택하고 낭송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 팀이 발표할 시간, 방송실로 내려가 우리 반만 들을 수 있도록 음악을 틀고 볼륨을 조절해 가며 잔잔한 시를 읽었더랬다. 결과는 1등. 방송반이라는 점을 이용했기에 누군가 점수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 만큼 중요한 점수는 아니었던 것 같고 무엇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잠시나마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그 시간을 친구들이 좋아해 줬던 기억이 난다. 아나운서라는 꿈이 라디오 PD로 바뀌는 순간이었으니까. 라디오 PD는 되지 못했지만 조용한 음악에 온기를 전하는 가사의 음악을 참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심규선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가 생각난다.

심규선의 노래를 들으면 나즈막히 읊조리는 목소리와 생각하게 하는 가사가 마치 시낭송을 듣고 있는 것 같다.

아침보다는 밤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

이야기를 담은 노래. 특히 사극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목소리로 출생의 비밀을 품은 서자가 한량으로 살 수밖에 없는 이야기나, 신분의 차이로 눈물을 삼키는 기생의 얼굴이 떠오른다.

직접 곡을 쓰는 싱어송라이터인 그녀의 첫 번째 에세이 <밤의 끝을 알리는>이 오늘 소개하는 책이다. 

 

밤의 끝을 알리는
밤의 끝을 알리는

 

책 소개

<밤의 끝을 알리는>은 넥서스에서 2022년 6월 3일 초판 1쇄를 발행한 심규선의 첫 번째 에세이다. 1쇄가 6월 3일인데 5쇄 발행이 6월 17일이었던 것을 보면 발행 초반 생각보다 더 많은 이의 선택을 받은 책이었나 보다. 232페이지 분량이고 내용 사이마다 일러스트 페이지가 들어가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폰트가 가독성 좋은 둥그스름한 고딕체라서 편집자가 꽤 많은 공을 들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페이지에 비해 무게는 조금 나가는 편이니까 지하철이나 버스 등 이동하면서 읽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마음이 소란스럽고 잠이 오지 않는 밤, 침대에서 읽길 권한다. 싱어송라이터 심규선과 작가 심규선의 세계 속에서 고르고 고른 단어가 마음이 퍽 고단했던 하루의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두번째 트랙의 제목이다.

 

목차

intro 연둣비 사과

1. la pluie
2. 밤의 끝을 알리는
3. 시내
4. 무명의 발견
5. 콤플렉스가 만들어 낸 멋진 것
6. 수피
7. 나의 외계
8. 생조자에게서 온 편지
9. 둥지 짓는 새
10. 밤의 정원
11. 우리는 언젠가 틀림없이 죽어요
12. 누더기를 걸친 노래
13. 소로
14. 무지개의 끝
15. 눈과 눈에 대한 고찰

 

special track [소설] 바다 위의 두 사람

outro 쓰고 부르는 사람

 

작가 소개

쓰고 부르는 사람이라고 지칭한 심규선은 싱어송라이터다. 2010년 에피톤프로젝트 객원보컬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내가 심규선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이때다. 노래를 한 곡 추천하자면, '어떤 날도 어떤 말도'를 고를 텐데 이 노래도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 했다. 

 

추천 이유

오늘은 금요일. 내일은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주말이다. 이번 주는 계획한 일정을 나름 잘 소화했다. 프리랜서는 자신이 일정을 정하고 그것을 따르기 마련인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간사해서 언제든지 타협하려 든다. 이만큼은 해내야 한다고 채찍질을 해댔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하루에 한 권씩 책소개를 하는 것도 포함이다. 금요일이 되니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안 읽을 수는 없고. 그렇다면 내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책을 읽고 싶었다. 

표지에 있는 무수한 밤을 견뎌낸, 나의 작은 새들에게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도 때에 이르면 온통 푸른 잎에 휩싸이고, 나름의 꽃도 피우며, 꽃 진 자리에 열매도 맺지 않은가. 우리 역시 그런 점에서 그들과 닮아 있다. 참 잘하고 있다. 나는 도시의 가로수와 같이, 때때로 우리가 못 견디게 대견해진다. - p.69

 

대단찮은 어제에 묶여 있지 말기를. 마음을 따르고, 늘 새로움을 선택하기를. 나아가기를. 아무리 하찮아 보일지라도 상관없다는 강한 마음으로, 작은 나뭇가지들을 하나씩 모아 엮어가기를. 얽매이지 말기를. 둥지를 짓는 새처럼, 둥지를 떠난 새처럼. 살아가기를 -p.97

 

당신의 모든 슬픔은 달래져야만 한다 -p.144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사회다. 뭐든 과한 것은 좋지 않다고 하지만 위로와 응원은 조금 넘치듯 건네도 괜찮은 것 같다. 누구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나를 위로해 줘. 응원이 필요해.'라는 말을 하기는 어렵다. 그럴 때는 굳이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책을 찾자.

글자를 통해 건네받는 마음의 힘은 생각보다 꽤 크다.

주말에는 심규선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밤의 끝을 알리는 책을 읽어야겠다. 좋은 구절은 소리내어 읽는 것도 해봐야겠다. 중학교 어느 국어 시간처럼 다시 꿈꾸는 날이 시작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