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김훈 작가님의 글을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칼의 노래도, 현의 노래도 글이 눈으로만 읽히고 마음이나 상상으로 펼쳐지지 않았어요.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겠죠. 작가님의 세상으로 들어가려면 꽤 오랜 로딩이 필요했고 그래서 늘 중간에 닫곤 했죠.
하얼빈도 많은 한자와 작가님의 필체 때문에 처음엔 여전히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완독했습니다. 덕분에 제가 가진 편견과 아집의 문 하나도 봉인할 수 있었고요.
- 저자
- 김훈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2.08.03
안중근은 키가 작고 다부졌고, 땅을 힘주어 디디고 걸었다. p.179
소년 안중근의 생명의 혈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자라면서 그 혈기는 순치되어 몸속 깊이 잠겼는데, 가끔씩 그의 눈빛에 어른거렸다. p.65
제게 안중근은 뮤지컬 영웅을 통해 생겨난 정성화가 연기한 모습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랬던 이미지가 두 문장으로 인해 나만의 안중근의 모습이 생성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문장으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바로 책의 힘, 소설가의 힘이겠죠.
의지와 사명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해 보이지만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안중근, 그리고 거사를 함께 도모한 우덕순을 보면 더 그러한데요.
그래서 책의 문장도 좋았지만 작가의 말이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김훈 작가님이 안중근의 이야기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생명의 육질로 살아 있고, 그 어떤 위력에도 기대지 않는 청춘의 언어. 갈수록 청년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는 요즘,
청년들의 청춘은 그 다음 단계에서의 완성을 도모하는 기다림이 아닌,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는 에너지로 폭발했다는 말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응원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일까요?
안중근의 이야기가 최근 영화로도 개봉했죠.
명성황후를 만든 뮤지컬 제작사 에이콤에서 안중근의 이야기를 무대로 옮겨 뮤지컬<영웅>을 올린 건 꽤 오래전의 일이었어요. 그리고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할 때 업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죠.
뮤지컬로는 성공했지만, 국내에서 뮤지컬 무비가 대박난 케이스는 없었으니까요.
영화 영웅은 12월 21일 개봉해 이 글을 쓰는 2023년 1월 4일 현재 CGV에서 누적관객 180만으로 예매율은 4위네요.
아직 안 본 1인이라서 조만간 저도 예매를 해야겠어요.
후기를 쓰는 이 순간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라를 위하는 사명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 굳건한 의지까지는 없지만
후기 하나를 쓰더라도 누군가 읽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도록 노력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요.
영화를 봤다면 글자로 펼쳐진 삶은 어떤지 비교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꼭 안중근이라는 실존인물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김훈 작가님의 필력은 워낙 증명 되어 있어서, 문장 자체로도 참 좋거든요.
요즘 표현력이 떨어졌다거나, 평소 잘 사용하지 않지만 명료한 뜻 전달을 위해 다양한 단어 공부가 하고 싶을 때(읽으면서 국어사전 여러번 펴본 1인 ㅋㅋ) 꺼내 읽어보셔도 참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