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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김훈작가 소설 하얼빈, 거사 일주일 전 안중근을 읽다

by 루나디아 2023. 1. 4.

✏️__김훈 작가님의 글을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칼의 노래도, 현의 노래도 글이 눈으로만 읽히고 마음이나 상상으로 펼쳐지지 않았어요.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겠죠. 작가님의 세상으로 들어가려면 꽤 오랜 로딩이 필요했고 그래서 늘 중간에 닫곤 했죠.

하얼빈도 많은 한자와 작가님의 필체 때문에 처음엔 여전히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완독했습니다. 덕분에 제가 가진 편견과 아집의 문 하나도 봉인할 수 있었고요. 

 

 
하얼빈(양장본 Hardcover)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쓰려는 구상을 품고 있었고, 안중근의 움직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치열하고 절박한 집필 끝에 드디어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하얼빈』에서는 단순하게 요약되기 쉬운 실존 인물의 삶을 역사적 기록보다도 철저한 상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하는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김훈의 대표작 『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데, 『칼의 노래』가 명장으로서 이룩한 업적에 가려졌던 이순신의 요동하는 내면을 묘사했다면 『하얼빈』은 안중근에게 드리워져 있던 영웅의 그늘을 걷어내고 그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현재에 되살려놓는다. 난세를 헤쳐가야 하는 운명을 마주한 미약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김훈의 시선은 『하얼빈』에서 더욱 깊이 있고 오묘한 장면들을 직조해낸다. 소설 안에서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제국주의의 물결과 안중근으로 상징되는 청년기의 순수한 열정이 부딪치고, 살인이라는 중죄에 임하는 한 인간의 대의와 윤리가 부딪치며, 안중근이 천주교인으로서 지닌 신앙심과 속세의 인간으로서 지닌 증오심이 부딪친다. 이토록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갈등을 날렵하게 다뤄내며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차원을 높이는 이 작품은 김훈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소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저자
김훈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08.03

 

 


안중근은 키가 작고 다부졌고, 땅을 힘주어 디디고 걸었다. p.179
소년 안중근의 생명의 혈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자라면서 그 혈기는 순치되어 몸속 깊이 잠겼는데, 가끔씩 그의 눈빛에 어른거렸다. p.65

제게 안중근은 뮤지컬 영웅을 통해 생겨난 정성화가 연기한 모습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랬던 이미지가 두 문장으로 인해 나만의 안중근의 모습이 생성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문장으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바로 책의 힘, 소설가의 힘이겠죠. 



의지와 사명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해 보이지만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안중근, 그리고 거사를 함께 도모한 우덕순을 보면 더 그러한데요.

그래서 책의 문장도 좋았지만 작가의 말이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김훈 작가님이 안중근의 이야기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생명의 육질로 살아 있고, 그 어떤 위력에도 기대지 않는 청춘의 언어. 갈수록 청년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는 요즘, 

청년들의 청춘은 그 다음 단계에서의 완성을 도모하는 기다림이 아닌,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는 에너지로 폭발했다는 말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응원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일까요?

안중근의 이야기가 최근 영화로도 개봉했죠. 

 

명성황후를 만든 뮤지컬 제작사 에이콤에서 안중근의 이야기를 무대로 옮겨 뮤지컬<영웅>을 올린 건 꽤 오래전의 일이었어요. 그리고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할 때 업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죠. 

뮤지컬로는 성공했지만, 국내에서 뮤지컬 무비가 대박난 케이스는 없었으니까요. 

영화 영웅은 12월 21일 개봉해 이 글을 쓰는 2023년 1월 4일 현재 CGV에서 누적관객 180만으로 예매율은 4위네요. 

아직 안 본 1인이라서 조만간 저도 예매를 해야겠어요. 

 

 

후기를 쓰는 이 순간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라를 위하는 사명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 굳건한 의지까지는 없지만 
후기 하나를 쓰더라도 누군가 읽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도록 노력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요.

영화를 봤다면 글자로 펼쳐진 삶은 어떤지 비교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꼭 안중근이라는 실존인물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김훈 작가님의 필력은 워낙 증명 되어 있어서, 문장 자체로도 참 좋거든요. 

 

요즘 표현력이 떨어졌다거나, 평소 잘 사용하지 않지만 명료한 뜻 전달을 위해 다양한 단어 공부가 하고 싶을 때(읽으면서 국어사전 여러번 펴본 1인 ㅋㅋ) 꺼내 읽어보셔도 참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