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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워 단숨에 읽는 추리소설, 백광

by 루나디아 2023. 2. 22.
 
백광
독자와 평단은 물론 동료 작가들로부터 명실공히 천재 작가로 평가받는 렌조 미키히코.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치밀한 서술 트릭과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장르적 재미를 충족시키면서도, 남녀 간의 그릇된 애정을 중심으로 한 인간 드라마를 서정미 가득한 문체로 담아내 격조 높은 문학성까지 두루 갖춘 독창적 작품 세계를 선보여 왔다.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로, 거듭하는 반전을 다룬 솜씨가 백미로 꼽히는 『백광』이 모모에서 출간되었다. 세상이 전부 녹아내릴 듯 뜨겁던 여름날. 어느 가정집 안마당에서 네 살 난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망 추정 시간에 호텔에서 불륜을 즐긴 아이의 엄마, 아내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려던 아이의 아빠, 치과에 예약 진료를 받으러 간 이모, 아이를 데리고 집을 지키던 할아버지, 잠깐 집에 들렀던 이모부, 황급히 집을 뛰쳐나갔던 낯선 남자까지…. 여아의 시체를 둘러싸고 평범한 일가족이 각자 감추어오던 충격적인 진실을 고백하며 서로를 살인범으로 지목한다. 한 명, 한 명이 고백할 때마다 범인이 바뀌고 사건이 뒤집히는 믿기 어려운 반전 속에서,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 걸까? 또 여자아이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저자
렌조 미키히코
출판
모모
출판일
2022.02.14

 

페이지가 많은 일명 벽돌책에 대한 두려움을 깨 준 책이 있었다. 서태후. 대학교 기숙사에 살았을 때 단체 생활을 하느라 12시면 소등을 해야 했기에 침대 끝에 스탠드를 켜놓고 밤새 책에 빠졌다. 책의 두께는 읽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아주 두꺼운 일명 벽돌책도 손에 든 지 하루 만에 읽어낼 수 있고, 아주 얇은 시집을 완독 하기까지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흡입력.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대표는 이야기한다. 한번 손에 들면 바로 계산대까지 직진하는 그런 책을 만들라고. 렌조 미키히코의 장편소설 백광을 대한민국에서 출판한 모모도 그런 꿈을 꾸지 않았을까?

인스타그램 북리뷰어들의 피드에 유독 자주 보였던 책이고, 그런 알고리즘으로 광고로 접했기 때문에 딱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백광. 제목만 익숙했지 내용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고 그날 밤 침대에 스탠드를 켜 놓는 기분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정말 오랜만에 밤 새워 책 한 권을 뚝딱 읽어 내려갔다. 

 

추천 추리소설 백광
추천 추리소설 백광

소설 소개

백광은 세상이 녹아내릴 듯 뜨겁던 어느 여름 날, 가정집 안마당에서 네 살 난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열하는 태양빛은 마치 백광처럼 모든 이의 눈을 일순간 가린다. 사건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한 명씩 고백할 때마다 범인이 바뀌고 사건의 새로운 방향으로 흐른다. 모두가 진실을 말하되, 진실을 말하지 않는 고백 속에서 과연 독자들은 범인을, 그리고 살해 동기를 찾아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 백광이 소개된 것은 2011년 폴라북스를 통해서였다. 지금은 절판되었고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출판브랜드 모모에서 2022년에 출판을 했다. 번역은 전에도 이번에도 양윤옥 님이 맡았다.

 

등장인물 소개

 

소설 백광 등장인물도
소설 백광 등장인물도

 

  • 게이조: 전쟁을 겪고 아내 아키요가 죽은 이후 치매 증상을 보이는 시아버지
  • 아키요: 전직 선생님으로 아들보다 며느리 사토코에게 살가운 시어머니
  • 류스케: 무표정하고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남자
  • 사토코: 치매증세의 시아버지를 모시는 성실한 가정주부
  • 가요: 류스케와 사토코의 딸
  • 유키코: 사토코의 동생으로 가정보다 자신의 쾌락에 집중하는 타입
  • 다케히코: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타입으로 아키요의 소개로 유키코와 결혼함
  • 나오코: 유키코와 다케히코의 딸 

 

작가 소개(렌조 미키히코)

렌조 미키히코는 1948. 1. 11에 태어나 2013년 10월 19일에 사망했다고 한다. 와세다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했고 <겐에이조>라는 일본에서 간행된 탐정소설 전문 문예지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책에서 게이조는 남태평양 어느 섬에서 벌어진 전쟁에 징병되는데, 이는 아무래도 진주만 공습 이후 벌어진 것을 배경으로 하는 듯하다. 이 전쟁이 끝난 것이 1945년. 렌조 미키히코가 태어난 것은 이보다 늦은 1948년이다. 책은 전쟁이 끝난 후 '전쟁'이었다는 이유로 책임소재를 뒤덮고 다시 쌓아가는 행복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이 시기에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가 정치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만나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이 시기의 고름을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

 

추천 이유

평소에도 추리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첫 페이지를 펴자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는 경우는 드물다. 그것도 밤 12시에 책을 열었을 때는 더더욱 말이다. 수면용을 몇장 읽어야지 하며 침대에 누워 페이지를 넘기던 자세는 몸을 일으키고, 스탠드는 끄고 방 불을 켜고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닫고 끝났다.

백광은 서술트릭을 활용한 작품이다.

서술트릭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말하는 싶은 것만 의도적으로 골라서 말하는 기법으로 범인을 모르는 독자를 속이기 위해서 자주 활용된다. 이번 책에서 인물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 명이 말할 때마다 아, 이 사람이 범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뒤이어 나오는 고백에 마음이 요동친다. 변한다. 무엇보다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욕심과 섬뜩함에 사람을 대하는 내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생각했다. 물론 살인자는 알게 되었지만 이 사건의 진범은 독자마다 다를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체포한 것은 누구였나. 그리고 당신은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될까

이 이야기만으로 독서클럽 2시간이 훌쩍 넘어갈 수 있는 그런 책이라서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