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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어려울 때 읽어보세요. 책 추천 - 박준 산문집

by 루나디아 2023. 2. 21.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 그냥 옆에 있는 책. 마냥 곁이 되는 책. 가끔 사는 게 힘들지? 낯설지? 위로하는 듯 알은척을 하다가도 무심한 듯 아무 말 없이 도다리 쑥국이나 먹자, 심드렁히 말해버리는 책.
저자
박준
출판
난다
출판일
2017.07.01

 

올해 들어 새로운 도전을 몇 개 했다. 그중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매일 과제를 하고 인증하는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 내 과제만 하면 되지만, 10인 1조로 구성되어 있어서 매일 과제에 응원댓글도 남기고 일주일에 한 번 줌미팅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갖는다. 첫 미팅이 진행되는 날, 유독 한 사람의 발언이 거슬렸다. 팀장도 자신이 원해서 손 번쩍 들고 팀장이 된 것도 아닌데 왜 안건마다 번번이 꼭 해야 하는지를 묻는지, 그것도 꽤나 공격적인 어투로 말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팀원이 한마디를 하면 활발했던 대화가 멈추면서 분위기가 급랭되는 바람에 이러다가 회의가 제시간에 끝날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 문득, 그 분의 발언이 불필요한 것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처음 만나는 자리, 누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분위기에 휩싸여 경솔하게 판단을 했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간 아무도 만나지 않아도 되고, 만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서 모든 것은 내가 예측하고 말하는 대로 되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의 생각을 들을 틈이 없어져 독단에 빠지는 경험을 한다. 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물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나를 모르지만 친구가 되어 주겠다고 손을 내밀어 주는 존재 책을 통해서도 인간관계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 위주로 판단하고 아집과 고집이 고개를 쳐드는 이 시점에서 따끔하고도 따뜻한 조언이 필요했다. 그렇게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들 때면 언제든 꺼내보는 책,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을 다시 꺼내 들었다.

 

산문집추천 박준 시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산문집추천 박준 시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책 소개

2017년 7월 1일에 초판 1쇄가 발행된 이 책을 나는 2018년 7월 초판 17쇄 발행본으로 만났다. 2017년에 나왔는데 아직도 교보문고 시/에세이 부문 63위고 yes24에서는 한국 에세이 99위, 국내도서 top20 8주간 랭크되어 있다. 191페이지로 책을 마감하며 가볍다는 점에서 버스나 지하철 탈 때 들고 다니기 안성맞춤이다. 

총 4부로 된 이 책은 들어서는 말의 타이틀이 '그늘'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어느정도 어둡고 냉소가 느껴진다. 어느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졌다는 구절처럼 작가의 많은 날들은 걷고 버려지고 떠났다. 그런데도 말이다.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읽고 나면 화남도 서운함도 마구 일었던 마음의 파동이 잔잔해진다. 

 

작가 소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이 책의 저자 박준 작가는 시인이다. 이 책도 작가가 처음으로 쓴 산문집이다. 사실 내게 박준 작가는 갑자기 톡 튀어나온 낭중지추 같은 사람이었다. 예전에 했던 책소개 예능에서 소개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시집을 통해서 작가를 알게 되었다. 1983년 생으로 2008년에 등단했다. 이후 신동엽문학상,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CBS에서 라디오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실 방송에서 소개가 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나 역시 시집을 사서 보았지만 그때는 내용도 어렵고 작가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버거웠다. 오랜시간 곱씹고 따라가야 시인이 생각한 그 길 가운데 설 수 있음에도 그때 내겐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도 감정의 공간도 없었다. 내 슬픔도 꽉 차 있는데 작가의 슬픔까지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답게 자신만의 결이 확실한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결의 끝이 자신에 대한 냉소일지라도 세상에 대한 따뜻함이 감돌기에 박준 작가가 문단의 아이돌이 되지 않았을까?

 

추천 이유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힘도 된다고 말한다. 살면서 했던 많은 바보 같은 일과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과 맹세를 작가는 좀 더 정리된 단어들로 표현해 두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도 나의 어리석음에 뒷목 잡을 것 같은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한편으로 누구나 그럴 수는 있지만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호랑이 선생님의 엣헴과 같은 충고도 받는달까.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챕터다.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중략)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미운 사람이 생겨도 좋은 사람이 생겨도 이 문구를 떠올린다. 그렇게 삶의 모토가 되었다. 좋아하는 감정이든 싫어하는 감정이든 그것은 나만의 마음이다. 넘치는 감정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이 구절을 보고 하게 되었다. 

전까지는 미운 사람은 미워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겐 한없이 다정했는데 그건 나만을 위한 것. 상대에게 어떻게 남고 어떻게 사라질지 미처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했던 말이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고 어떤 말은 끝내 살아남아서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말이 조심스러워졌다. 

말이 조심스러워지니 행동이 조심스러워 지고,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니 마음도 살펴보게 되었다. 

그래,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연결된 계기다. 

 

그래서 어떤 관계 속에서 힘이 든다면 이 책을 권한다. 그렇다고 내용이 무조건 참아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하는 류의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다만 사람으로 엉클어진 내 마음을 보듬어 주는 책이다. 

인간관계가 어려울때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의외로 해답은 내 안에 있을 수 있다.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울고 나면 좀 후련해질 수 있고, 읽고 나면 답을 찾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