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책리뷰: 미래가 궁금할 때 SF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by 루나디아 2023. 3. 7.

소설 속 상상은 언젠가 이뤄진다. 

영화 속 상상은 언젠가 현실이 된다는 말을 믿는 편이다. 알아서 주행하는 자동차도 있는데, 언젠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나올 것이다. 살아서 그걸 보느냐, 죽어서 보느냐 하는 시간의 차이일 뿐. 그럼에도 SF 장르를 그리 즐기지 않았다. 비주얼 적인게 그다지 취향은 아니어서였달까. 그런 의미에서 미래를 다룬 소설은 꽤 흥미진진했다. 비주얼적 요소가 없으니 나만의 SF 비주얼을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chatGPT 덕분에 AI 용어가 익숙해졌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미래는 당도해 있다'는 약간의 위기감 때문인지 소설 속 미래의 모습을 눈여겨 읽게 되었다. 왜냐하면 소설 속 상상도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에서 이제는 소설을 쓰는 작가 김초엽.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관내분실》로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일 년여 만에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펴낸 첫 소설집으로, 근사한 세계를 그려내는 상상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저자
김초엽
출판
허블
출판일
2019.06.24

 

소설 소개

미래를 배경으로 한 7개의 에피소드를 묶은 소설집이다.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관내분실》은 중단편부문 대상을 받았고, 책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가작을 받았다. 2019년 6월 24일 초판 1쇄가 나온 후 YES24에서는 소설/시/희곡 베스트에 랭크되고, 51주째 국내도서 TOP100에 들고 있다. 교보문고에도 주간베스트에 올라있다. 출간한 지 4년을 채워가는데도 책의 인기는 꾸준하다. 

에피소드별로 40~50페이지 분량으로 해설과 작가의 말을 포함해 전체 341페이지다. 에피소드가 7개라 하루에 하나씩 일주일에 걸쳐 읽어도 좋고 하루에 몰아서 읽어도 좋다. 참고로 책 읽는 속도가 늦는 편인데도 일요일 하루에 완독했다. 

 

SF소설 추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목차 및 등장인물 소개

이번 책 소개에서는 목차(에피소드)와 함께 등장인물을 소개한다. 인물의 상황을 보면 각 내용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럼 마음에 드는 것부터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사람을 한권의 책을 대하듯 하라'는 말을 좋아하기에 관내분실 내용이 가장 좋았고, 감정의 물성 역시 후룩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나의 추천은 이 두가지다.

 

1.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소피: 데이지의 편지 수신자

- 데이지: 갑자기 마을을 떠나며 소피에게 편지를 남김

- 릴리 다우드나: 마을을 만든 사람

- 올리브: 릴리 다우드나의 딸로 그녀의 과거를 찾기 위해 지구로 향함

- 델피: 올리브의 친구

 

2. 스펙트럼

- 희진(할머니): 스카이랩의 촉망받는 연구원, 외계 생명체 탐사를 떠났다가 고립되고 40년 만에 발견

- 루이(들): 희진이 만난 생명체

 

3. 공생 가설

-류드밀라 마르코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미술가

-수빈/한나: 뇌의 해석 연구소의 책임연구원들,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 연구팀에서 일한다. 아이들의 언어를 분석하다가 알 수 없는 언어를 듣게 된다. 

 

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안나(노인): 딥프리징 연구원, 운영이 끝난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중

-나: 우주정거장 직원

 

5. 감정의 물성

-정하: 잡지사 에디터, 감정을 조형화한 제품 이모셔널 솔리드를 부정적으로 생각함

-보현: 정하와 같은 잡지사 에디터로 연인관계. 이모셔널 솔리드 우울체를 사용

 

6. 관내분실

-지민: 임신을 하고, 돌아가신 은하(엄마)의 데이터를 찾아 도서관을 찾음

-은하(엄마): 데이터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도서관 내에서 분실

 -유민: 지민의 동생으로 분실 사건에 큰 관심은 없음

-현욱: 은하의 남편이자 지민, 유민의 아빠. 자녀들과의 관계는 단절.

 

7.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가윤: 신체 개조 과정을 거치는 우주인 후보

재경: 인류 최초의 터널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우주인 후보

서희: 재경의 딸로 가윤에게 친언니와 같은 존재

유진: 가윤의 엄마, 재경의 친구, 서희에게 두 번째 엄마 같은 존재

 

작가 소개

김초엽 작가가 이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포스텍 화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 과정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를 받은 것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낸 책들의 제목도 지구 끝의 온실, 방금 떠나온 세계로 현실 세계에 발붙이는 작품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을 준다. 1993년 생으로 한국나이 올해 서른. 흔히 말하는 MZ세대다. 개개인의 특성을 지워버리는 MZ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굳이 소개에 넣은 건, MZ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깰 수 있다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추천 이유

장면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 마음은 과거로 가는 거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으면서 계속 느낀 감정이다. 어떤 에피소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웜홀이나 시공간을 그리고 있음에도 모든 에피소드는 먼 미래 시간의 현재와 조금 먼 미래 시간의 과거를 그린다. 즉 2500년쯤에 있는 주인공이 2323년을 그리워하는 것 같달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해결되지 않은 과거는 발목을 끈질기게 잡아끈다. 잡힌 발목에 뒤로 끌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발목을 앞으로 잡아끌어서 그 힘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어떤 것이든 외력의 힘이 세다. 외력에 굴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내력이 세지는 것뿐이다. 

최근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살아야 하나 진지한 고민을 했다. 나보다 아는 것이 더 많은 챗GPT와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스크립트만 작성해서 넣으면 줄줄이 써 나가는 글은, 한 편을 쓰는데 하루를 꼬박 써야 하는 내가 이길 수 없는 상대인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프로그램을 써보니 내게 보조제가 될 수 있지만, 나를 대체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난 2023년 3월에 나오는 책을 바로 읽고 후기를 쓰고, 추천을 할 수 있지만 얘는 그 책을 학습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거다. 무엇보다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은 다르니까. 물론 GPT도 나처럼 SF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의 글을 학습해서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도 있겠지만 책은 정보도 중요하지만 저마다의 해석도 중요하니 문화를 다루는 나는 아직 설 자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걱정할 시간에 외력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내력을 더 키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미래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책을 만나,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으로 책은 과학이 발전하는 만큼, 다름, 혐오, 차별이 더욱 심해지는 모습도 그리고 있다.  

언젠가 오게 될 미래라면, 어떤 모습과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도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추위가 물러가고 따듯한 봄이 오고 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고 계절을 앞설 수 없지만 마음만은 가능하지 않을까.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계절의 속도보다 빠르게 내 마음에 따뜻함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