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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를 깬 인생책, 굿바이 솔로 드라마 대본집

by 루나디아 2023. 3. 26.

2022년 후반부터 챗GPT가 대화 주제로 슬슬 나오더니, 2023년이 된 후로 하루에 한 번도 듣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다. 광고도 만들어 준다, 제안서도 써준다, 기획안도 쓴다 등 프로그램의 확장성을 비롯해 챗GPT 스크립트 쓰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 등 그야말로 광풍이다. 텍스트를 밥벌이로 살고 있는 1인으로 두려웠다. 무엇을 물어봐도 척척박사처럼 답을 내놓고, 6개월만 고민만 하던 책의 목차를 10분 만에 써내는 모습을 보자니 '나 이제 굶어 죽겠네, 앞으로 나는 뭘로 먹고살지'하는 자조 섞인 푸념이 툭 튀어나왔다. 

그렇게 두어달이 지나고 3월이 되었다.

그리고 chatGPT는 싸울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활용해야지.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난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일까 고민하게 되었고 읽는 책들이 자꾸만 과거로 돌아간다. 

물론 요즘 나온 책들도 굉장히 훌륭하고 좋은 문장들이 많다. 다만 예스러워서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단어들, 문장들, 이야기들이지만 그때는 몰랐던 본질을 지금 읽으면 왠지 새롭게 깨달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간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오늘 손에 든 책은 노희경 작가가 쓴 드라마 '굿바이 솔로'의 대본집이다. 

노희경 작가 굿바이솔로 드라마 대본집
노희경 작가 굿바이 솔로 드라마 대본집

 

책 소개

배우들이 예능이나 토크 프로그램에 나오면 대본을 책이라고 말한다. 요새는 대본을 PDF로 전달하는 곳도 있지만 아직도 책의 형태를 띠고 있으니 책, 맞다. 굿바이 솔로는 드라마를 위해 쓰인 책이다.

드라마 굿바이 솔로는 KBS2 방송국에서 2006년 3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 총 16부작 방송했다.(참고로 드라마 굿바이 솔로는 2023년 3월 26일 기준으로 왓챠와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노희경 대본집으로 독자들을 만난 건 2011년 3월 20일. 이 날 초판 1쇄 인쇄, 3월 25일 발행되었다. 

작가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 2008년 10월부터 방송되고 대본집 출간이 2009년 10월이었다. 이후 노희경드라마대본 시리즈로 2010년에 드라마 거짓말,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대본집이 나왔고, 굿바이 솔로가 4번째로 나오게 된 것이다.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3월 26일 12시 24분이 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생일이라고 할 수 있는 3월 25일에 소개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무려 12살이나 먹었다니. 그리고 12년을 함께 살았다니. 문득 초판본을 가지고 있는 게 뿌듯하고 신난다. 

 

목차_ 1권(드라마 1부~8부 대본)

기획의도. 사람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 등장인물
  • 용어정리

1부 _ 그는 거짓말을 아주 잘한다

2부 _ 인간이 언제나 쿨할 수 있을까?

3부 _ 나 흔들려, 어떡해야 되니?

4부 _ 젊어서 힘들겠다

5부 _ 나도 나이 들고 싶다

6부 _ 사랑할 때까지 해볼라고

7부 _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우리는 외롭다

8부 _ 사랑에 연연하는 한 우리는 어린아이다.

 

목차_ 2권(드라마 9부~16부 대본)

9부 _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10부 _ 남에게보다 늘 자신에게 더 가혹하다

11부 _ 사랑? 이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

12부 _ 자존심을 가지고 사랑을 어떻게 하니?

13부 _ 변치 않을 사랑에 목을 매며 산다

14부 _ 이해 받고 싶은 건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15부 _ 흔들렸다 바로 섰다 하는 게 인생사다

16부 _ 사람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등장인물 소개

굿바이 솔로 등장인물도
굿바이 솔로 등장인물도

  • 김민호: 미리가 운영하는 '스카이'의 바텐더. 금수저 집을 나와 3년째 혼자 옥탑에 산다. 
  • 최미리: '스카이'의 월급사장. 가난하지만 밝고 당돌하다. 늙은 조폭 호철과 산다. 
  • 정수희: 설치미술가. 남자를 자꾸 바꾸는 엄마가 싫어서 지안에게 의리를 다하려 하지만 자꾸 마음이 흔들린다
  • 유지안: 민호 대신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모든 걸 가진 듯 하지만 모든 것이 가짜인 게 들통날까 늘 두렵다
  • 강호철: '스카이'의 실제 사장. 건달로 세상이 귀찮은데 미리한테 자꾸 마음이 간다. 
  •  오영숙: 미리 옆집으로 이사 온 돈 많은 이상한 여자. 집에서 쫓겨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 미영할머니: 주인공들이 밥을 사 먹는 백반집 할머니, 민호와 각별하다. 말을 못 해 글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작가 소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팬덤이 있다. 작년에 끝난 우리들의 블루스도, 파출소의 이야기를 담은 라이브도 대히트라기보다는 두터운 팬층이 그녀의 작품을 기다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보듯 조심스럽게 음미한다.

많은 캐릭터가 결핍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완벽하게 숨기려거나 거침없이 드러낸다. 이런 캐릭터들이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숨기고 싶은 치부가 너무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 같아 거부감을 들게도 만든다. 

작가의 세계를 알고 싶다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추천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노희경이라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어떠한 세상이 있고, 그것이 어떻게 글자로 표현되어 화면으로 시청자를 만나게 되는지 아주 조금은 바라볼 수 있다. 

 

 
굿바이 솔로 1
노희경 작가의 대본집 시리즈 네 번째 편『굿바이 솔로』제1권. 특유의 감각적인 대사와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인물 설정으로 열렬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 노희경이 자신이 직접 쓴 드라마 대본을 책으로 펴냈다. <굿바이 솔로>는 정감 있는 캐릭터, 가슴을 울리는 명대사에 추리적인 요소까지 가미해 마니아층은 물론 젊은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은 작품이다. 사생아 민호(천정명), 결손가정의 수희(윤소이), 날라리 미리(김민희), 건달 호철(이재룡), 거짓말하는 영숙(배종옥), 말 못하는 미영(나문희), 가족과 친구마저 속인 지안(김남길) 등 저마다 ‘죽어도 말하지 못할’ 비밀과 아픔을 간직한 일곱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퍼즐처럼 맞물려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16부작의 대본을 8회씩 총 2권으로 나누어 담았다.
저자
노희경
출판
북로그컴퍼니
출판일
2011.03.29

 

추천 이유

드라마를 보면 다음 대사를 맞추곤 한다. 어떤 장면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서 스스로 화들짝 놀랜다. 생각해 보면 이날까지 평생 몇 편의 드라마를 봤는지 셀 수 없으니까 오래 봐온 자의 촉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 작가의 드라마는 다음 대사를 생각해 낼 수 없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귀에서 들려서 마음에 남아 꽤 오래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마음에 남은 많은 문장들이 쓰인 책이다. 

" 내가 잘 때 머리만 좀 기대도 힘들다고 징징대면서 뭘 기대래! 잘난 척하지 말어. 멋지게 말할라 하지 말고 너나 잘 살어. 나는 나 알아서 살 테니까."

"첫사랑은 처음이란 뜻밖에 없는 건데, 텔레비전 보면 온통 첫사랑 땜에 목매는 거 비현실적이라 싫었거든. 두 번 세 번 사랑한 사람들은 헤퍼 보이게 하잖아. 성숙해질 뿐인데."

"지금 이 순간 니가 내 전부고, 지금 이 수간 너만을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 미치게 사랑한다고 해야지, 왜 건방지게 영원히를 앞에 붙여들"

"나도 나이 들고 싶다, 나이 들면 누나처럼 그렇게 명쾌해지나?" "지금, 이 순간, 이 인생이 두 번 다시 안 온다는 걸 알게 되지."

"사람 배신하고 그럼 맘까지 편할라고? 그게 무슨 도둑년 심보야."

다른 드라마였다면, 주인공이 말하지 않고 우울한 표정만 지어도 조연 역할을 하는 친구가 나서서 남자 친구 욕을 해 줄텐데, 이 드라마는 웬걸, 네 잘못이라며 주인공을 혼낸다. 그런데 여기 주인공은 그 말을 듣고 또 정신을 번쩍 차린다.

전에 비해 사람들은 자기의 생각을 참 잘 표현한다. 그런데 가끔은 그게 무례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자신의 감정에는 솔직하고 싶고, 상대방의 감정은 돌보지 않는 것 같아서. 이 드라마가 나왔을 때는 그러니까 근 17~8년 전에는 말하지 않아서 속병 들고 말하지 못해 오해가 생기는 일들이 더 많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가 미덕인 시대였달까. 

말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을 이 드라마를 통해 참 많이 느끼고 배웠다. 대신 내 감정에 솔직하고 타인의 감정도 바라볼 것. 나에게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내면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걸 명심할 것. 그리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인생에 파고든다는 것도 간과하지 말 것.

솔직함이란 포장지로 무례함을 감싸는 일은 없어야겠고, 진심 없는 조언은 필요 없다. 매운맛 언니들의 찰진 대사가 좋은 이 책을 추천한다.

친한 사이에서의 오지랖과 비난과 비판의 경계의 모두 들어간 대사들이 마음에 쿵하고 내려앉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예측 못한 대사들이 이 책의 장점이니까.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즐기고 싶다면 드라마 대본집, 강력추천이다.